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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를 공격하는 질병, 다발성 경화증 알아 보기

by memo4180 2025. 4. 26.

다발성 경화증 관련사진

1. 갑작스러운 불청객, 다발성 경화증

평소와 같은  평범한 아침이었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뜬  침대에서 일어날 준비를 하는  순간,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왼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손끝은 얼얼하게 저려왔다. "아, 어제 과로했나 보다." 피곤 때문이라고 가볍게 넘겼지만, 이상한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한쪽 팔은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작은 컵 하나 집는 것도 힘들어졌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여러 번의 신경학적 검사와 MRI 촬영 끝에 생소한 진단을 들었다. "다발성 경화증입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몸을 지키기 위한  면역계가 뇌와 척수를 공격해 미엘린이라는 신경 보호막을 손상시키는 질환입니다."
순식간에 내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왜 하필 나에게?' 하는 내 발악을 머릿속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 한 시간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설명은 계속되었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발성 경화증이라고 하는  병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재발과 완화가 반복되는 특성이  있었다. 언제 어떤 부위가 마비될지 미지수인 것이고, 어떤 날은 괜찮다가도 전날에는 없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평생 이 불청객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마음속 깊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내 삶을 다시 써 내려가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변했다.

2. 보이지 않는 상처, 다양한 증상들

다발성 경화증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를 시험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든 날이 있었다. 손끝이 저려서 젓가락질조차 버거웠고, 걸을 때마다 마치 땅이 출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야는 흐릿해졌고, 귀에서는 이유 없이 웅웅 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느 날은 심장이 두근거려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몸속에서는 끊임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더 힘든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는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왜 그래?" "조금만 참고 해 보면 되잖아." 그런 말들은 나를 점점 고립시켰다. 설명할 수도, 이해받을 수도 없는 고통. 나는 차츰 말을 아끼게 되었고, 결국 '괜찮은 척'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런 척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은 지쳤다.
다발성 경화증은 단순히 신체를 망가뜨리는 병이 아니었다. 자존감까지 갉아먹는 병이었다. 나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만들고, 내 몸을 원망하게 만들었다. 한때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작고 사소한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걸을 수 있는 날에는 걸었다. 눈이 또렷한 날에는 책을 읽었다. 무엇보다, 나의 작은 승리들을 스스로 칭찬하는 연습을 했다. 그것은 느리고 서툰 싸움이었지만, 그 싸움으로 인하여 나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3. 그래도 희망이 있다, 관리와 치료

다발성 경화증에는 아직 완치법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단을 받은 후, 나는 다양한 치료법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주치의는 면역조절제를 처방해 주었고, 주기적인 주사를 맞으며 병의 진행을 늦추기로 했다. 처음엔 부작용도 무서웠지만, 치료를 멈춘다면 병은 더 빠르게 나를 삼킬 것이었다. 나는 두려움을 꾹 눌러 참고 한 발짝씩 나아갔다.
운동도 필수가 되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날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요가 매트 위에 앉아 숨을 고르고,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시작했다. 하루 5분, 10분, 그렇게 시간을 늘려가며 몸과 마음을 다독였다. 음식도 철저하게 주의했다. 염증을 줄이는 항산화 식품, 충분한 수분 섭취, 꾸준한 비타민 D 보충. 무엇 하나 사소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탓하지 않는 것'이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날도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도 있었다. 예전의 나는 그런 날이면 자책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된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인다.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나 자신 안에 있다. 나는 더 이상 다발성 경화증에 끌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 병을 통해 내 삶을 더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되었고,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4. 길을 걸으면서 공감과 이해

다발성 경화증은 나를 외롭고 고립되게 해 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연결'의 가치를  알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아픈 티를 내기 싫었고, 동정받는 것도 싫었다. 그러나 점점 깨달았다. 아픔을 숨긴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다 보니 용기를 냈다. 가까운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사실, 나 다발성 경화증이야."
친구는 나를 안아줬다. 어떤 말보다 더  따뜻한 포옹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조금씩 내 아픔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려 애썼다. 모두가 내 고통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진심이 느껴졌었죠. 그 따뜻한 마음들 때문에 내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 주었다.
또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큰 힘이 되었다. 서로의 불안, 두려움, 작은 희망을 나누며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 "오늘은 조금 힘들었어도 괜찮아." 그런 말 한마디가 절망의 밤을 견디게 했다. 다발성 경화증은 내게 상처를 되었지만, 또한 사람 사이의 진짜 온기를 느끼게 했다.
나는 이제 안다. 이 병과의 싸움은 혼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때로는 넘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함께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오늘도 나는 그 믿음 하나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나의 길을 걸어간다.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작은 등불이 되어,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