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은 마치 흐린 유리창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질환이다. 처음에는 별다른 불편함 없이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야가 뿌옇게 변하고, 빛이 퍼져 보이며, 색감이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가 매일 당연하게 여기던 선명한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너무나 서서히 찾아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이를 노화의 일부로 치부하며 방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백내장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렇다면 백내장은 왜 발생할까?
원인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의 여러 기능이 저하되는 것처럼, 눈 속의 수정체도 점점 변한다. 수정체는 우리가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수정체가 점점 탄력을 잃고 단단해지며 혼탁해지는 것이 백내장의 시작이다. 마치 깨끗한 유리컵에 오랜 시간 동안 물때가 끼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하지만 노화만이 원인은 아니다. 외상에 의해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백내장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또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한 경우에도 백내장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백내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강한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흡연, 음주 같은 생활 습관도 백내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증상
초기에는 거의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씨가 뿌옇게 보이거나, 밤에 운전을 할 때 전조등이 번져 보이고, 밝은 빛을 볼 때 눈부심이 심하게 느껴진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사물이 이중으로 겹쳐 보이거나, 색이 전보다 탁해 보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마치 안경을 오래 쓰다가 바꿔야 할 시기가 온 것처럼 시야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안경을 새로 맞춰도, 렌즈를 바꿔 껴도 시력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굴절 이상이 아니라 백내장일 가능성이 높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결국 시력이 더 나빠지고, 일상생활이 점점 불편해진다. 독서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어려워지고, 운전이 힘들어지며,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더욱 심한 경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근본적인 치료법
백내장이 초기 단계라면 시력 저하를 완화하기 위해 생활 습관을 개선하거나 자외선을 차단하는 등의 방법을 시도할 수 있지만, 이미 혼탁이 진행된 수정체는 자연적으로 다시 맑아지지 않는다. 현재까지 개발된 어떤 약물이나 운동도 백내장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결국 해결책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백내장 수술뿐이다. 수술이라고 하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다행히 백내장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한 시술이다. 국소 마취를 한 후 작은 절개창을 통해 초음파를 이용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술 시간도 보통 10~20분 정도로 짧고, 회복도 빠른 편이다. 대부분 수술 후 몇 시간 내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하루 정도 지나면 큰 불편 없이 시력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백내장 수술 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관리가 필요하다. 수술 직후에는 눈을 비비거나 강한 빛을 보는 것을 피해야 하며, 감염 예방을 위해 처방된 안약을 잘 사용해야 한다. 또한, 한동안 무리한 운동이나 격한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수술 후 일시적으로 눈이 건조하거나 빛 번짐이 생길 수도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백내장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당연한 노화로 치부하며 방치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흐려진 시야를 다시 맑게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미룰 이유가 있을까? 어쩌면 백내장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더 이상 세상을 흐릿하게 바라보지 말고, 선명한 시야를 되찾으라는 메시지 말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것을 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아름다운 풍경, 책 속의 글자, 그리고 하루하루의 소중한 순간들. 그런 것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눈 건강을 지키고, 필요한 치료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백내장은 막을 수는 없지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니 더 이상 흐린 시야 속에 갇혀 살지 말자. 맑고 선명한 세상은 다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