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처음 마주한 진단, 믿기 힘든 현실
파킨슨병. 솔직히 말하면, 그 이름조차 생소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손 떨림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나이 들어서 생기는 흔한 증상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걸음걸이가 조금씩 느려지고, 표정이 잘 변하지 않는 모습까지 보이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을 찾아 MRI와 진단 검사를 받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결과는 한참을 멍하게 만들더군요. “파킨슨병입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무겁게 들렸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모든 게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 당장 치료는 뭘 해야 하는지,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없는 불안만 가득했습니다.
2. 병이 아닌 사람을 바라보기로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고,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조금씩 진행되는 병입니다. 하지만 진단이 곧 절망은 아니에요. 아버지와 함께 정보를 찾고, 약물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하면서 조금씩 일상이 정리되어 갔어요. 약을 먹으면 몸이 비교적 부드럽게 움직이고,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초반에는 혼자 신발 신는 것도 버거워하시던 분이, 요즘은 아침마다 혼자 나와 마당을 정리할 정도로 움직이십니다. 물론 힘든 날도 있어요. 몸이 말을 안 듣는 날이면 짜증도 나고, 우울한 기분도 생기죠. 그럴 땐 같이 앉아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냅니다. 중요한 건 병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 그대로를 바라보는 거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3. 함께 걸어주는 사람들의 존재
솔직히 말하면, 보호자 입장에서 지칠 때도 많아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감정적으로도 소모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수고가 많다”는 말 한마디, 같은 경험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저희 가족은 지역 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파킨슨 환우 모임에 등록했는데, 거기서 만난 분들과의 교류가 정말 많은 힘이 됐습니다. 정보도 얻고, 공감도 나누고, 때로는 소소한 웃음도 함께하면서 ‘우리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파킨슨병은 환자 혼자만의 병이 아니더라고요. 가족이 함께 걸어가는 병이고, 사회가 함께 품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해요.
4. 느려도 괜찮아, 우리는 계속 걷는다
지금도 아버지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걸어가고 계십니다. 예전처럼 빠르고 능숙하게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고 계세요. 저는 그 모습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파킨슨이라는 병이 삶의 속도를 바꿨을 뿐, 삶의 가치를 빼앗아가진 못하더라고요. 느려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계속 걸어가는 거니까요.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고, 이 길에는 분명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요. 파킨슨과 함께하는 삶은 분명 쉽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따뜻함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 멈추지 않는 걸음을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