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손가락이 굳는 그 느낌, 겪어본 사람만 안다
처음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었던 날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눈을 떴는데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고, 마치 장갑 낀 손처럼 무감각하게 느껴졌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때는 단순히 전날 피로가 누적된 탓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증상은 반복되었고, 점점 손목까지 저릿저릿해지면서 생활에 불편함이 생겼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류머티즘관절염’이라는 낯설고도 무거운 이름의 진단을 받게 되었다.
당시엔 이 병이 정확히 뭔지도 몰랐다. 그저 노년층이 앓는 관절염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며, 면역세포가 내 관절을 공격하는 병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약물치료와 함께 강조된 건 식습관의 개선이었다. 나는 속으로 ‘음식이 무슨 큰 영향을 주겠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곧 바뀌게 되었다. 식습관을 바꾼 뒤로 몸의 반응이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음식, 내 몸이 먼저 알아봤다
의사와 영양사 상담을 거쳐 처음으로 항염 식단을 접했을 때는 생소함 그 자체였다. 익숙했던 빵과 커피 대신 귀리 오트밀, 아마씨, 견과류, 그리고 블루베리 같은 슈퍼푸드가 식탁에 올라왔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등 푸른 생선을 구워 먹었고, 간식은 플레인 요구르트에 강황 가루를 살짝 섞어 먹었다. 바뀐 식단이 입에 딱 맞지는 않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아침의 통증이 줄어들고 손이 덜 부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강황은 내 몸에 잘 맞는 식재료 중 하나였다.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 성분이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들었는데, 차로 마시거나 요리에 살짝 넣어 섭취했더니 소화도 편해지고 관절이 덜 욱신거렸다. 또, 평소엔 잘 안 먹던 채소인 케일, 브로콜리, 비트 같은 것도 적극적으로 섭취했다. 이런 채소들엔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K가 풍부해 관절 건강을 도와준다고 한다. 식단을 꾸준히 지키자 피곤함도 줄고,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이건 정말 피해야 해요” 내 몸이 알려준 식품 리스트
반대로 몸이 민감하게 반응한 음식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게 반응했던 건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였다. 피자나 햄버거처럼 기름지고 소금이 많은 음식, 달달한 디저트류를 먹은 다음 날이면 이상하게도 손가락이 더 붓고 움직이기 힘들었다. 몸이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것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컨디션도 떨어졌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과도한 당분이 염증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나는 유제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었다. 우유나 치즈, 요구르트를 먹은 날이면 속이 더부룩하고 관절통이 심해졌다.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식이일기를 써보면서 패턴을 발견했다. 그래서 지금은 식물성 요구르트로 대체하거나, 유제품이 들어간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있다.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특정 음식이 증상을 확실히 악화시켰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꼭 필요했다.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나만의 식단 루틴
지금은 매 끼니를 거르지 않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침엔 오트밀에 바나나와 아몬드, 블루베리를 곁들이고, 점심은 현미밥과 두부, 브로콜리, 올리브유로 드레싱 한 샐러드를 먹는다. 저녁은 너무 기름지지 않게, 된장국, 구운 버섯, 가지볶음 등으로 가볍게 마무리한다. 군것질은 최소화하고, 물을 자주 마시며, 커피는 하루 한 잔으로 줄였다. 대신 따뜻한 생강차나 보이차를 마시면서 몸을 다독인다.
물론 식단을 완벽하게 지키는 건 쉽지 않다. 가끔은 외식도 하고, 피자 한 조각이 간절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아니까, 자연스럽게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된다. 관절이 덜 아프고, 몸이 가벼워지는 그 느낌이 얼마나 값진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식단 하나 바꿨을 뿐인데 삶이 이렇게 달라질 줄은 정말 몰랐다. 지금도 여전히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식사를 통해 내 몸을 돌보는 중이다.
마무리하며
류머티즘관절염은 완전히 나아지는 병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리할 수 있는 병이라는 걸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그 시작은 아주 작은 변화였다. 하루 한 끼, 식탁 위의 재료를 바꾸는 것부터였다. 그리고 그 변화가 나의 몸과 마음을 바꾸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혹시 통증으로 지쳐 있다면, 오늘 식사부터 한 번 바꿔보는 건 어떨까? 건강한 음식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몸은 그 변화에 분명히 응답할 것이다.
“약만큼 중요한 한 끼, 그게 진짜 시작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