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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이 아파요, 삼차신경통 체험기

by memo4180 2025. 4. 8.

삼차 신경통 관련 사진

 

 

1. 갑작스러운 통증의 시작

처음엔 단순한 치통인 줄 알았습니다. 왼쪽 볼에 찌릿한 전기 자극 같은 통증이 느껴졌고, 잠깐 아프다 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통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졌고, 치과를 가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칫솔질을 할 때, 바람이 스칠 때, 심지어 말을 할 때조차 그 찌릿함은 극심한 고통으로 변해갔습니다. 일반적인 통증과는 차원이 달랐고, 순간적으로 얼굴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통증이 올 것 같은 공포 때문에 일상생활 자체가 위축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신경외과를 찾아가게 되었고 ‘삼차신경통’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치통이나 피부 자극이 아니라, 신경 자체가 통증의 근원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병은 얼굴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이 자극을 받아 발생하며, 보통 한쪽 얼굴에만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2. 진단에서 치료까지

삼차신경통의 진단은 MRI와 증상 청취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내 경우엔 뇌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것이 원인으로 의심되었습니다. 약물치료부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약은 항경련제인 ‘카르바마제핀’이었습니다. 약을 복용한 뒤 처음 며칠은 통증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곧 다시 통증이 도졌고 약의 부작용으로 어지러움과 졸림이 심해졌습니다. 결국 복용량을 조절하면서도 일상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심할 경우 수술적 치료도 고려한다고 했지만, 수술은 마지막 수단이라는 말에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신경차단술이나 고주파 열응고술 같은 시술도 옵션으로 제시되었지만, 아직은 약물로 조절되는 상태라 관찰 중입니다.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까지의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만 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외로움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외상이 없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설명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3. 일상생활의 변화

삼차신경통은 단지 ‘아픈 병’이 아니라, 생활 전체를 바꾸는 병입니다. 아침에 세수를 할 때 물이 얼굴에 닿는 것조차 겁이 났고, 식사 중 턱을 움직이는 것도 통증을 유발했습니다. 따뜻한 음식도, 차가운 음식도 모두 경계 대상이 되었고, 결국 부드럽고 온도가 일정한 음식 위주로 식단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웃거나 크게 말하는 것조차 두려웠습니다. 평소엔 의식하지 않던 모든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고통의 트리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는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주었고, 특히 직장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 시간은 고문에 가까웠습니다. 통증이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는 하루하루가 반복되었고,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자연스레 따라왔습니다. 그래도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의 이해와 배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그거 되게 아프다며?" 하고 공감해 주는 한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4.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삼차신경통은 보기에도, 말하기에도 생소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나 역시 이 병을 겪기 전까진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나 환자 모임을 찾아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질환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인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기에, 공감과 정보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설명하기 어려운 얼굴 통증을 겪고 있다면, 꼭 신경외과나 통증클리닉을 찾아가 보길 바랍니다.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직 완치되지 않았고,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병을 알고 싸울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나아졌다고 느낍니다. 언젠가 이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조금씩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