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단순한 근육통인 줄 알았습니다
어느 날부터 팔꿈치 바깥쪽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살짝 무리가 간 건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며칠이 지나도 낫지 않았고, 점점 컵을 들거나 문을 열 때, 심지어 양치할 때 칫솔을 잡는 동작에서도 팔꿈치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움직일 때 통증이 심했고, 손목을 돌리거나 팔을 펴는 동작에서 불편함이 심해졌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행동들이 불편해지고, 계속 같은 부위에 반복적으로 통증이 생기니 걱정이 됐죠. 결국 병원을 찾았고, 예상치 못한 진단을 받았습니다. 바로 ‘테니스엘보’, 정식 명칭으로는 외측 상과염입니다.
"테니스도 안 치는데 왜 이런 게 생기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테니스엘보는 단지 운동선수에게만 생기는 질환이 아니라, 손목과 팔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입니다. 특히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무직 직장인, 주부, 요리사, 미용사, 포장 작업자 등에게 흔히 나타나는 문제라고 합니다.
저는 하루 종일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고, 주말엔 장보고 집안일하며 팔을 많이 쓰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평소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지만, 팔꿈치에 얼마나 많은 부담이 쌓이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 치료는 단기전이 아닌 장기 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진통제 몇 알과 물리치료 몇 번이면 금방 나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이유를 치료를 받으며 점점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병원에서 초음파 치료, 전기자극 치료, 온찜질 등을 병행하면서 통증을 완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통증이 심할 때는 스테로이드 주사도 고려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설명도 함께 들었습니다. 팔꿈치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도 각별히 조심해야 했고,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면서 손목과 팔꿈치의 움직임을 줄이는 게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증이 조금 줄어든다고 해서 다시 예전처럼 팔을 쓰면 다시 통증이 올라왔고, 특히 컴퓨터 업무를 오래 한 날엔 저녁에 통증이 재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치료는 단순히 병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일상 속에서 근본적인 사용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회복에는 약 3~4개월이 걸렸고, 그동안 여러 번 좌절도 했습니다. 좋아졌다가 다시 아프기를 반복하면서 "이게 과연 나을 수 있는 걸까?" 싶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고, 사용 습관을 조절해 나가면서 서서히 나아졌습니다.
🔹 바른 자세와 스트레칭이 통증을 줄였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가장 효과를 본 건 의외로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었습니다. 바로 스트레칭과 자세 교정입니다. 평소에 무심코 했던 손목 돌리기, 물건을 한 손으로 들기, 키보드에 손목을 꺾은 채 오래 올려두는 자세 등이 팔꿈치에 큰 부담을 준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활 습관을 바꾸기 위해 몇 가지를 실천하기 시작했어요.
- 업무 중 1시간마다 손목 스트레칭 3분씩
- 팔꿈치에 무리 주는 동작은 양손 사용 또는 도구 활용
- 마우스 패드 대신 손목 받침대를 사용해 손목 꺾임 방지
- 물건 들 때 팔꿈치가 아닌 어깨, 몸통 힘을 활용
- 매일 자기 전 따뜻한 찜질로 긴장 완화
특히 효과를 본 건 테니스엘보 전용 스트레칭 운동이었어요. 벽에 손을 대고 손등을 아래로 향하게 한 뒤, 팔꿈치를 곧게 펴고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팔꿈치 바깥쪽이 당겨지는 느낌을 주는 동작인데요, 하루 2~3회만 해줘도 통증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습관의 변화들이 모여 통증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통증이 알려준 소중한 교훈
테니스엘보를 겪으며 저는 단순한 통증이 삶의 질을 얼마나 떨어뜨릴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팔꿈치 하나가 아픈 것뿐인데, 식사 준비, 청소, 장보기, 심지어 세수나 머리 감기 같은 기본적인 일상까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리하면 안 된다’는 신호를 몸은 항상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일에 집중하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통증을 무시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작은 무시가 쌓이면 결국 큰 문제로 돌아오더라고요.
지금도 테니스엘보를 완전히 잊은 건 아닙니다. 항상 조심하고, 과도한 팔 사용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행히 지금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지만, 그 경험이 남긴 경각심은 오히려 제 건강을 더 잘 챙기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팔꿈치에 찌릿한 통증을 느끼거나, 팔을 펼 때 불편함이 있다면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조기에 치료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테니스엘보는 충분히 나아질 수 있습니다.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