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순 뾰루지가 아니었다, 모낭염의 시작
몇 달 전부터 턱선과 뺨 아래에 자잘한 트러블이 자꾸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여드름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뾰루지라고 생각했지만, 유독 같은 자리에 반복적으로 생기고, 뾰루지보다 더 아프고 붉게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면도하고 난 다음 날이면 그 부위가 예민하게 붉어지면서 가렵기까지 했다. 그냥 놔두면 곪기도 했고, 손으로 짜면 더 번지는 느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다 ‘모낭염’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결국 피부과를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 턱선을 보자마자 “이건 여드름이 아니라 모낭염이에요”라고 단정 지었다.
모낭염은 털이 자라는 모공 부위에 세균이나 곰팡이, 외부 자극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라고 했다. 겉모습은 여드름과 비슷하지만, 원인균도 다르고 관리법도 달랐다. 특히 면도기나 마스크, 땀과 피지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데, 딱 내 생활 패턴과 겹쳤다.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초기에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화되거나 색소침착, 심하면 흉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2. 무심했던 습관들이 피부를 망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내 일상 속 습관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게 됐다. 피부에 무언가 반복적으로 올라온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우선 면도 습관부터 문제가 있었다. 면도날을 자주 갈지 않고, 몇 번이고 쓰는 건 물론, 가끔 물로 대충 헹군 후 욕실에 방치하기도 했다. 욕실은 습기가 많고 세균 번식이 쉬운 공간인데, 그곳에 젖은 면도기를 둔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또 하나는 마스크 착용이다. 코로나 이후로 마스크는 외출 필수가 됐는데, 나는 하루 종일 같은 마스크를 쓰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여름철 땀을 흘린 상태로 계속 착용하거나, 재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마스크 안은 습기와 열기로 인해 세균 번식이 활발하고, 턱선과 피부가 계속 마찰을 일으켜 자극이 더해지는 구조였다. 땀을 많이 흘리고도 바로 세안하지 않거나, 운동 후 샤워를 미루는 일도 많았다. 생각해보면 피부에 좋을 리 없는 습관을 무심코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3. 피부과 치료와 함께 시작한 생활 루틴의 변화
피부과에서는 항생제 연고(예: 무피로신), 필요시 복용하는 항생제, 그리고 피부 자극을 줄이는 스킨케어 루틴까지 추천해줬다. 특히 ‘스테로이드 연고는 되도록 짧게 쓰고, 생활습관 개선이 핵심’이라는 조언이 인상 깊었다. 그때부터 나는 작은 습관부터 하나씩 고쳐 나갔다. 면도는 항상 따뜻한 물로 모공을 부드럽게 연 후, 면도 크림을 사용하고, 무조건 1회용 면도기만 사용했다. 사용 후엔 바로 폐기했고, 수건도 개인 전용으로 바꾸어 매일 교체했다.
샤워는 무조건 운동 직후나 외출 후 곧바로 했고, 세안 후에는 자극이 적은 무향, 무알코올 보습제로 수분을 채워줬다. 특히 의사 선생님이 강조한 건 ‘피부 장벽 회복’이었는데, 트러블이 생긴 후 피부는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하므로 최대한 자극을 줄이고 보습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수분크림뿐만 아니라 판테놀 성분이 함유된 크림을 병행해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마스크는 하루에 2~3번 교체했고, 땀을 흘렸을 땐 바로 닦아내는 미스트형 진정제를 챙겼다. 자외선 역시 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말에, 무기자차 기반의 순한 선크림도 매일 발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루틴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었다. 며칠만 해도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고, 한 달쯤 지나자 눈에 띄게 트러블 빈도가 줄었다.
4. 장기적으로 바뀐 피부, 그리고 내 마음가짐
예전에는 ‘피부 좋은 사람은 타고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안다. 나처럼 타고난 민감성 피부라도, 제대로 알고 꾸준히 관리하면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100% 완벽하진 않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간혹 다시 올라오는 트러블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를 알고 있고, 어떻게 관리해야 진정되는지도 안다. 그 차이가 크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 피부뿐만 아니라 내 생활 전반도 건강하게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다. 더 자주 샤워하고, 더 깔끔하게 정돈하고, 위생에 신경 쓰게 되니까 전반적인 컨디션도 나아졌다. 게다가 피부 상태가 안정되니까 자신감도 회복됐다. 예전엔 트러블을 가리느라 마스크를 벗기 꺼렸는데,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해졌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 나처럼 반복적인 트러블로 고민하고 있다면, 꼭 피부과에 방문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길 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활 속 작은 습관의 변화다. 아무리 좋은 약을 발라도, 잘못된 습관이 반복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피부는 나를 가장 가까이서 보여주는 거울이다. 내 피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내가 가장 잘 지킬 수 있다. 그리고 꾸준히, 진심으로 돌보면 분명히 변화는 온다. 나는 그것을 몸소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