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낯선 소리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늘 그렇듯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히던 어느 밤이었어요. 방 안은 조용한데, 왠지 귓가에서 ‘삐—’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계속 들리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어디선가 나는 전자음이겠지 싶어서 TV를 끄고, 에어컨을 껐다가 켜보고, 냉장고 근처도 가봤죠. 그런데 다 꺼진 상태인데도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문득 ‘이거… 내 귀에서 나는 소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 꽤 큰 불안이 밀려왔어요. 혹시 청력이 나빠진 건 아닐까? 아니면 머리에 이상이 생긴 걸까? 처음 듣는 이 낯선 소리에 머릿속은 수많은 걱정으로 가득 찼죠. 결국 다음 날 이비인후과에 가서 청력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은 “청력은 정상이시네요. 이명일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이명’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되었고, 그 소리와의 동행이 시작됐습니다.
2. 원인을 찾고, 생활을 돌아보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어봐도, 며칠이 지나도 소리는 여전했어요. 소리의 강도는 다소 달라지긴 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원인을 찾기 위해 인터넷도 뒤져보고, 다른 병원도 가보고, 한의원에서 체질 진단도 받아봤어요. 공통적으로 들은 얘기는 이거예요. 스트레스, 과로, 수면 부족, 카페인, 소음 노출 같은 것들이 이명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가만히 돌아보니 그땐 정말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살고 있었더라고요. 커피는 하루 두세 잔 기본이었고, 야근과 야식을 반복하면서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죠. 심지어 잠도 깊이 못 자고, 항상 스마트폰을 보다가 잠들기 일쑤였어요. ‘이게 내 몸이 보내는 신호였나 보다’ 싶었어요.
그래서 조금씩 일상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카페인을 줄이고, 잠자기 전에는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고, 자기 전에는 꼭 백색소음 앱을 틀어두었어요. 한 번에 바뀌진 않았지만, 2~3주쯤 지나자 점점 마음이 안정되었고, 이명도 점점 덜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요. 생활습관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느꼈죠.
3. 싸우지 말고, 받아들이기
이명을 겪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실제로 들리는 소리보다도, 그 소리를 향한 저의 집착과 두려움이었어요. 자려고 누웠는데 조용한 방 안에서 ‘삐—’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면 잠도 못 자겠고, 그러다 보면 ‘이러다 평생 못 자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에 스스로를 몰아세우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한 심리학 책에서 큰 힌트를 얻었어요. “이명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다.” 이 문장이 마음 깊이 박혔어요. 싸우려고 하면 할수록 소리는 더 또렷하게 느껴지고, 오히려 긴장하면서 더 민감해지거든요. 그 이후로 저는 이 소리를 그냥 ‘귀 속의 속삭임’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괴물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의 존재로 인정해 보자는 마음이었죠.
밤에는 백색소음이나 자연의 소리를 틀어두었고, 명상 앱을 활용해 의식적으로 긴장을 풀었어요.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지만, 점점 그 소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됐어요. 그렇게 한 발짝 물러나서 보니, 이명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었어요.
4. 이명과 함께 살아가는 법
이제 저는 이명을 없애야 할 무언가로 여기지 않아요. 여전히 귀에서 소리가 날 때도 있고,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더 크게 들릴 때도 있지만, 그런 날에는 오히려 “아, 내가 지금 좀 지쳤구나” 하고 내 몸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요.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 정말 중요해요. 일찍 자고, 잘 먹고, 운동하고,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는 것. 그 평범한 습관들이 이명과의 공존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이명 이야기를 하면 “그거 정말 괴롭다던데, 어떻게 견뎌?”라고 물어보기도 해요.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응, 쉽진 않았는데… 살아보니까, 방법은 있더라.” 이명을 겪고 있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서도 지금 그 소리와 씨름하고 있다면,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분명히 길은 있고, 생각보다 우리는 훨씬 잘 견뎌낼 수 있습니다. 나를 지키는 작은 연습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세요.
오늘도 제 귀 안에서는 작은 속삭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제 그 소리는 저에게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작은 안내자 같은 존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