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그냥 피곤한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인 줄 알았습니다. 아침마다 눈이 뻑뻑하고, 입 안이 마르다 못해 갈라질 지경이었죠. 커피를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았고, 식사할 때는 꼭 국이나 물이 있어야 삼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대화 중에 침이 부족해 발음이 흐려졌고, 말하는 것이 점점 불편해졌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을 찾았지만, “단순 건조증”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명확한 진단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히 느끼고 있었어요. 이건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신호라는 걸요.
우여곡절 끝에 류머티즘내과에서 다양한 자가항체 검사와 침샘 기능 검사를 받았고, 결국 ‘쇼그렌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듣는 병명에 당황했지만, 동시에 드디어 원인을 알게 되었다는 안도감도 들었죠. 이름은 생소했지만, 이 질환은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2. 쇼그렌증후군은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쇼그렌증후군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우리 몸의 면역계가 실수로 자신의 분비샘 특히 눈물샘과 침샘을 공격하면서 생깁니다. 그 결과 눈과 입이 마르게 되고, 이로 인해 안구 건조나 구강건조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병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관절통, 극심한 피로, 피부 건조, 심지어는 폐나 신장, 신경계까지 침범할 수 있는 만성 질환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증상은 ‘눈이 뻑뻑하고’, ‘입이 바짝 마르며’, ‘항상 피곤하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눈물 없이 깜빡이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하루 종일 물병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어요. 특히 구강건조로 인해 충치와 잇몸 염증이 반복되었고, 음식을 씹는 것조차 부담이 되는 날도 많았습니다. 어떤 날은 관절이 붓고 아파서 버튼 하나 채우는 데도 시간이 걸리곤 했죠.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3. 진단 이후, 나를 돌보는 새로운 일상
쇼그렌증후군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의 목표는 ‘증상 조절’과 ‘삶의 질 유지’입니다. 저에게는 인공눈물과 인공타액, 면역 조절제, 항염증제가 처방되었습니다. 약물치료 외에도 일상 속 관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알코올은 피하고, 물을 자주 마시며, 실내 습도를 유지하고, 안구건조를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들였습니다. 무엇보다 치과 진료를 정기적으로 받고, 구강 위생에 평소보다 훨씬 더 신경을 써야 했어요.
하지만 신체적인 관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병의 경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감정의 기복을 잘 조절하는 것도 중요했어요. 처음엔 좌절감도 컸지만, 병을 받아들이고 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점점 이 질환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갔습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하나를 무시하지 않고, 내 삶의 템포에 맞는 리듬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4. 말해지지 않은 병,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해요
쇼그렌증후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병입니다. 갑작스럽게 피곤하다고 자리에 눕거나, 대화를 하다가 입이 말라 말을 멈출 때 “무슨 병이 그렇게 티도 안 나?”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이 덜한 건 아니에요. 이 질환은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살아가게 만들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지게 하죠.
이 글을 통해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쇼그렌증후군은 단순히 ‘눈이 건조한 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가면역이라는 복잡한 기전을 가지고 있고, 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비슷한 증상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면,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꼭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셨으면 해요. 나의 몸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 법이니까요.